형식지는 AI에게 취약하다. 경험으로 체득한 암묵지를 쌓고,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영역에서 먼저 움직이는 것이 AI 시대의 핵심 생존 전략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문서화하고, 위키에 정리하고, 블로그에 올리고, 유튜브로 설명한다. 그렇게 몇십 년간 인류는 사상 최대의 지식 공유 시대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 공유된 지식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AI가 학습한 것은 우리가 공유한 것이다

**형식지(explicit knowledge)**란 문서화할 수 있고, 전달할 수 있고, 검색할 수 있는 지식이다.

AI는 이 형식지를 학습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https://www.anthropic.com/research/labor-market-impacts

Labor market impacts of AI: A new measure and early evidence

Anthropic의 최신 보고서가 이를 데이터로 보여준다.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상위 10개 직종은 다음과 같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적용 범위 약 75%) — 가장 높은 순위. Claude가 코딩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점이 반영됨

고객 서비스 담당자 — 주요 업무가 API 트래픽에서 자동화되는 비중이 높음

데이터 입력 담당자 (적용 범위 약 67%) — 원문 자료 읽기와 데이터 입력 업무가 자동화되는 추세

금융 분석가 — 논의 섹션에서 고 노출 직종으로 별도 언급됨

그 외 상위 10개에 포함된 직종들도 주로 컴퓨터·수학, 사무·행정 분야에 집중되어 있음

ChatGPT, Claude 등 모든 AI가 학습한 데이터는 어디서 왔을까? Stack Overflow의 질문과 답변, GitHub의 코드, 블로그의 튜토리얼, 유튜브의 강의. 우리가 친절하게 정리해서 올려둔 바로 그 지식이다.

형식지로 설명할 수 있는 작업일수록 AI에게 취약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33%만 자동화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94% 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실제와는 61%의 격차가 발생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크 러시노비치 CTO와 스콧 한셀만 부사장이 그 답을 제시한다.

"최신 AI 코딩 에이전트조차 복잡한 동기화 버그의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임시 지연 코드를 덧붙이거나, 잘못된 논리를 정답처럼 제시하는 한계를 보인다."

AI가 못하는 것은 코드를 쓰는 게 아니다.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고, 예외 상황을 예측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암묵지(tacit knowledge)의 영역이다.

형식지의 역설

지식을 공유하고 문서화할수록, 그 영역은 AI가 학습하기 쉬워진다. 잘 정리된 매뉴얼일수록 자동화 대상이 된다. 친절한 튜토리얼일수록 AI 학습 데이터가 된다. 그것이 다시 나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된다.

주니어 위기의 본질

이 관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경고하는 "주니어 위기"를 다시 보면, 문제의 본질이 더 선명해진다.

주니어 개발자가 하는 일은 대부분 형식지 영역이다. 문법을 배우고, 패턴을 익히고, 문서를 따라 하고, 구글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 모든 것을 AI가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시니어가 하는 일은 암묵지 영역이다.

개인의 경험과 맥락, 직관 그리고 판단력으로 형성되어 문서화되기 어려운 다년간의 실패와 성공이 축적된 결과다.

그러면 암묵지를 쌓으면 안전한가?

러시노비치 CTO의 처방은 "도제식 모델"이다. 시니어 1명이 주니어 3~5명을 데리고, 프롬프팅부터 디버깅까지 의사결정 과정을 체득하게 하는 것. 이것은 결국 암묵지를 전수하는 방법이다. 조직 내 AI 도입에서도 다뤘지만, 리더가 직접 체감하지 않으면 조직 차원의 변화는 어렵다. 암묵지는 형식지와 달리 문서로 전달할 수 없다. 옆에서 보고, 같이 겪고, 스스로 부딪혀야 체득된다.

공유의 시대에서 도제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느낌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과거에도 암묵지라고 불리던 것들 — 체스, 바둑 영역 — 이 데이터가 쌓이면서 형식지가 됐다.

암묵지와 형식지의 경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속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내용보다는, 직관으로 꿰뚫어 볼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사람 그리고 아직 정형화(형식지) 되지 않은 영역에서 먼저 움직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매일 쓰는 도구인데, 왜 설정은 안 했을까?에서 쓴 것처럼, 도구를 내 맥락에 맞게 세팅하는 것도 암묵지를 쌓는 과정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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