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80% 이상을 해준다. 그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나머지 20%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같은 AI를 써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 20%를 내 방식으로 채우는 구조를 나는 하네스라고 생각한다.

하네스 엔지니어링 글에서 "내가 하고 있던 것이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초보 버전이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실제로 만들어온 것을 정리해본다.

AI를 쓰면서 일하는 방식도, 컴퓨터도 바꿔야 했다

AI를 쓰기 시작하면서 깨달은 건 하나였다. AI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했고, 컴퓨터 환경도 바꿔야 했다. AI가 뭔가를 해줄 수 있으려면, 내 쪽에서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록이 남지 않는다.

AI 대화는 쌓였다. 링크는 저장됐다. 워크플로는 돌아갔다. 그런데 한 달 뒤 돌아보면,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아 있었다. 무슨 판단으로 이걸 만들었는지, 어떤 맥락에서 이 자동화가 생겨났는지, 흔적이 없었다.

이게 단순한 기록 문제가 아니었다.

자동화하려다 자기 자신을 몰랐다

시스템을 만들다 보면 이런 역설을 만난다.

자동화를 잘 설계하려면 내 일의 흐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나도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머릿속에서 바로 튀어나와서 하는 일이 있고, 내가 의식적으로 정리했다고 생각한 일이 있다. 이 둘 사이의 갭이 생각보다 컸다.

생각과 현실이 달랐다. 나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색하고 낯설었다.

이 갭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자동화보다 먼저, 관찰이 필요했다.

AI가 80%를 해준다면, 나머지 20%는?

"그냥 AI한테 다 맡기면 되는 거 아니야?"

맞다. AI가 80% 이상을 해준다. 그런데 AI가 주는 결과가 항상 내 프로세스와 맞지는 않는다. AI는 일반적인 최선을 준다. 나는 나의 방식을 원한다.

나머지 20%를 채우는 과정이 있다. AI의 결과를 내 맥락에 맞게 조정하고, 내 흐름에 연결하고, 반복되는 것을 실행 단위로 만드는 과정. 이건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AI가 만들어준 것들이 쌓이기만 하고 연결되지 않는다. 검색은 되는데 흐름은 없는 상태. 그래서 나만의 하네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AI의 출력을 내 방식으로 흐르게 만드는 구조.

AI에서 하네스 엔지니어링은 쫓아가기도 힘들고, 바로 반영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은 작게보면 개인 업무 개선부터 조직의 업무 개선까지 범위가 상당히 넓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의 업무 개선에 대한 효과를 내가 체감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의도했다.

내가 만든 것

아직 초보다. 그냥 내가 만들어온 것을 정리해본 것이다.

레이어 역할 도구
Capture 입력을 놓치지 않음 AI 대화 export, web clipping, 회의 녹음
Review 저장 가치 판단 triage, 리뷰 UI
Memory 다시 써야 하는 압축 지식 memory wiki, decisions ledger
Execute 반복 작업을 같은 방식으로 재실행 shell scripts, Keyboard Maestro
Attention 지금 봐야 할 것을 눈앞으로 끌어옴 메뉴바 앱, 전체화면 알림

핵심은 정보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기록 → 리뷰 → 기억 → 실행.

자동화는 마지막 단계다

처음엔 자동화부터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계속 막혔다. 나중에 보니 순서가 있었던 것 같다.

  1. 먼저 기록한다.
  2. 리뷰한다.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른다.
  3. 가치 있는 것을 기억으로 만든다.
  4. 반복되는 것을 실행 흐름으로 만든다.
  5. 충분히 안정되면 자동화한다.

기록과 리뷰 없이 자동화부터 만들었을 때, 뭘 왜 돌리는지 모르는 채로 시스템만 커졌다. 스크립트는 돌아가는데 내가 뭘 자동화한 건지 설명을 못 하는 상태.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감에 의존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바이브 코딩은 이제 기본 소양 아닐까?

기존에 있는 앱에 내 일을 맞추는 게 아니라, 내 일에 맞는 걸 직접 만들 수 있다. 이게 가장 달라진 점이다.

겉으로 보면 shell, Node.js, SwiftUI, Keyboard Maestro가 섞여 있어서 개발자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그런데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것들이다.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됐다. 나한테만 맞으면 됐다.

마치며

AI가 해주는 80%는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런데 나머지 20%는 각자가 채워야 한다. 그 20%를 채우는 구조가 하네스다.

나는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다. 잘 되는 레이어도 있고, 아직 엉성한 것도 있다. 다음엔 각 레이어를 하나씩 깊이 풀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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